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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끄적/모든 요일의 기록

자존감 떨어지는 하루

by 리게바라 2021. 7. 21.

지금부터의 이야기는 특정 회사와 인물에 대한 비방이나 고발이 아닌 순전히 나 개인이 느낀 감정과 생각들에 대한 것들이다.

 

2021년 7월 20일, 매우 무덥고 습한 날씨이다. 항상 여느 날과 다르지 않게 회의를 위해 화성있는 고객사로 향했다. 항상 1시간 이상 운전을 해서 도착하면 주차장에 주차할 수 없어 골목길을 배회하며 주차 공간을 찾아 헤맨다. 이것으로만 한 20~30분 소요가 되는데 이것이 끝이 아니다. 주차를 하고 출입구까지 무더운 날 걸어서 20분 이상을 가야 한다. 내가 이렇게 고생해서 가는 걸 회의 참석자들이나 동료들은 과연 알까? 관심도 없을 것이다.

 

땀에 절은 상태로 출입 절차를 마무리 짓고 다시 회의실 있는 건물까지 10분을 걸었다. 마스크 낀 채 입에선 연신 더운 공기만 가쁘게 내쉬고 마쉴 뿐이다.

회의실에 들어선 순간부턴 마치 죄인 마냥 낮은 자세를 취하게 된다. 회의 내용은 계속해서 발생되는 오염으로 인한 생산 차질이 주제이다. 그 원인과 대책을 논하는 자리이다. 회의 시작과 함께 간사(회의 진행자)는 그간의 진행 현황과 분석 결과를 공유하였고 나는 준비해온 개선안을 발표했다.

 

사실 고객사의 장비는 무상 보증 기간이 끝난 상태다. 수리 또는 점검이 필요할 경우에는 정식 요청과 함께 정당한 비용 지불을 통해 진행되어야 한다. 하지만 여긴 대한민국. 현실은 고객사 장비 담당자들은 장비 회사 엔지니어를 불러 대부분 똑같은 말을 한다.

 

"어떻게 하실꺼에요?"

뭘 어쩌란건지...속마음으로는 "그게 당신이 할 일이잔아! 우린 할 수 있는 부분 도와주고 회사 대 회사로 정식으로 요청하든가!"

하지만 항상 모든 것을 그들의 원하는 방향대로 만들어줘야 하고 무언가 불편해하면 낮은 자세로 죄송해야 한다.

 

여느 날과 다르지 않게 그들은 어떻게 할꺼냐며 윽박지르며 제대로 된 분석과 대책을 가져오라고 한다. 그리고 나와 내가 속한 회사의 능력과 자존감을 떨어뜨리는 말도 서슴치 않는다. 어차피 그들도 일개 직장인일 뿐인데 말이다.

 

이런 일이 잦아지면서 나름 내성이 생길 법도 한데 그게 잘 되지 않는다. 어려서부터 잘 굽히지 않는 경향이 있는데 그 버릇 고치기는 쉽지 않다. 속마음은 당장이라고 저 테이블을 뛰어 넘어 멱살을 잡아 뒤로 넘어뜨려 연신 두들겨 패고 싶기도 하다. 하지만 오늘도 꾹 참는다.

 

잦은 감정 소모와 자존감이 떨어지면서 점점 무기력 또한 심해지는 경향이 강해졌다. 누군가 그랬듯이 매일 열심히는 하는 것 같으나 무엇을 하는지 알 수 없고 나아지지 않은 채 계속 그 자리 그대로인 것이 문제이다.

 

퇴사하는 것이 정답이나 현실적인 벽에 막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 일개 직장인이라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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