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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평창 산속 휴가_take #2_숙소 밀브릿지_191124~191126

리게바라 2019. 12. 3. 22:55

이번 휴가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긴 부분은 숙소였다.

번잡한 도심 속이나 편의 시설을 많이 갖춘다든지, 최고의 시설과 서비스를 자랑하는 그런 숙소는 관심도 없었다.

 

단지, 공기 좋고 조용한 그런 곳..

 

우연히 인터넷으로 찾아보던 중 산속에 매우 아늑하고 따뜻해 보이는 숙소를 찾았다.

전나무 숲으로 이루워진 산속에 자리잡은 숙소는 내가 그토록 찾았던 숙소와 너무나 닮아 있었다.

 

방 안에서 밖은 바라보면 편하게 숲을 감상할 수 있다.

방안은 온돌방으로 되어 있어 자칫 온돌 위에 삼겹살이 되는 기분이 들 정도였다.

그래서 아침에는 사경을 헤매며 일어났다. (방이 너무 따뜻해서 잠에서 깨어나기 쉽지 않았다)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심심하지 않고 오히려 무료함을 즐기며 간만에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는 것도 바쁜 삶 속에서 매우 중요한 것 같다.

 

날이 흐렸지만, 그래서 그런가 맑은 공기는 오히려 잘 느낄 수 있었다.

숙소에는 전나무 숲을 산책할 수 있는 여러 산책로 있다.

산책로를 걸어 보면 도시에서는 느낄 수 없는 맑은 공기가 이런 것이구나 하는 것을 단번에 느낄 수 있었다.

그러면서 요즘 이슈가 많이 되고 있는 미세먼지 가득한 우리 환경이 안타깝다.

 

따뜻한 온돌 방안에 앉아 즐기는 모닝 커피 한잔은 세상 어느 것도 부럽지 않다.

아침에 일어나 가장 먼저 한 일은 블라인드를 걷고 밖을 보며 모닝 커피를 마시는 것이었다.

이 때만큼 세상 어느 것도 부럽지 않았다.

일찍 일어나 어디론가 가야한다는 중압감도 없고, 해야 할 일이 있어 해야만 한다는 부담감도 없는 온전한 상태.

(물론 나의 휴대폰 회사 메신저는 이미 수많은 대화창에서 수많은 대화들이 오고 가고 있었다.)

 

커피는 카페에서 고압으로 짜낸 에스프레소도 아니고 우유를 섞어 만든 라떼도 아닌 카누였지만 그 어떤 바리스타가 해준 커피보다도 맛있었다. 역시 커피는 분위기다.

 

무엇보다 아침에 이 곳에 차려준 조식은 그야말로 대박이었다.

분위기 있고 맛나는 것들이 가득한 아메리칸 스타일의 조식이 아닌 소박한 집밥 같은 상이 차려진 조식.

정말 집에서 엄마가 차려준 것 같은 그 조식은 너무 맛있었다. (밥을 두 공기가 먹고 반찬도 더 달라고 했으니 말이다.)

 

건물 인테리어가 투박해보이면소도 오히려 심플하게 노출 콘크리트를 써서 그런가 모던한 느낌이 든다.

이번에 선택한 숙소는 마치 산속이 있는 산장, 그리고 전원 주택과 같은 기분이 들었다.

단촐해 보이지만 어떤 건물은 진짜 하나의 전원 주택과도 같은 인상을 주었다.

모든 방들이 통유리를 통해 밖을 바라볼 수 있게 되어 있는데 전나무 숲 속에 만든 숙소답게 방 안에서도 숲을 즐길 수 있게 설계한 것 같다.

 

입구에서 숙소까지 걸어가는 산책로, 5분 정도 걸어야 하지만 전나무 숲을 거닐며 맑은 공기를 마실 수 있다.

숙소까지 가기 위해서는 밑에 차를 두고 걸어가야 했다.

그렇게 가파르지도 않고 멀지도 않은 한 5분 거리? 누군가는 투덜될 수 도 있지만 오히려 짐을 챙겨 오르고 내려가는 것이 더 느긋하고 여유로운 여행을 즐길 수 있게 해주는 것 같았다.

도착해서 올라갈 때는 매우 설랬지만, 돌아가는 길을 너무나 아쉬울 따름이었다.

 

복잡한 생각들과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을 때, 그리고 모든 것에 지쳐 잠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조용히 쉬고 싶을 때 다시 이 곳을 찾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