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끄적

젊은이들의 눈에서 생기가 사라졌다.

리게바라 2011. 11. 10. 19:47

젊은이들의 눈에서 생기가 사라졌다.
모두가 비슷비슷한 미래를 그리기 시작하면서 안정적인 직장이 각광받는 풍조가 생겼다. 부서지지 않을 배에 올라탄 이들은 이내 거친 숨을 몰아 쉴 것이다. 하지만, 어느 한 순간 종결되는 게 인생은 아닌지라 그들은 곧 허망함에 사로잡힐지도 모른다.
시작이 내 의지는 아니었으나 이왕 사는 거 목표가 있었으면 한다. 눈을 뜨고 하루의 시작을 열면서 나는 오늘이라는 내게 주어진 시간이 내게 어떤 의미인지를 묻곤 한다. 그때마다 어김없이 드는 생각이 하나 있다. 어제와는 달랐으면 좋겠다는 게 바로 그것이다. 하지만 이미 안정을 택한 나에게 변화는 드물 수밖에 없다. 텔레비전이나 책 등을 통해 타인의 삶을 간접적으로 접하는 게 내가 할 수 있는 어쩌면 최선일지도 모른다.
1969년생. 나보다 나이가 훨씬 많은 그를 나는 젊다고 감히 말하지 못하겠다. 그렇지만 신체의 나이와는 별개로 그는 젊은 영혼을 소유하고 있었다. 오늘날과 같은 불경기에 대기업을 관둘 수 있는 용기 혹은 무모함은 늙은 사람에겐 결코 허락되지 않는 것이기 때문이다. 자전거로 세계일주를 하겠다는 포부는 꽤 어린 시절부터 그가 가진 것이었다. 대개가 성장의 과정에서 현실의 부족함에 눈을 뜨고 자신의 생각이 터무니없었음을 깨닫는다. 세상과 타협하는 방법에 길들여진 탓이다.
그렇지만 그는 제 마음이 시키는 대로 나아갔다. 추울 것만 같은 알레스카에서부터 시작된 그의 여행은 남미, 유럽, 아프리카를 거쳐 아시아로 향했다. 여행이라는 단어 안에 차곡차곡 구겨 넣기엔 참으로 긴 시간이었다. 여행을 통해 사람은 성장한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여행의 기억 역시 흐려지지만, 뒤돌아 보았을 때 웃으며 떠올릴 수 있는 무언가가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격차는 크다. 나를 둘러싼 세상이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거대하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무엇을 바라보아도 그 시야가 넓을 수밖에 없다. 난 아직 해보지 않았지만, 어쩌면 그래서 더욱 부러워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 바로 저자의 인맥(?)이었다. 여행을 할 때면 난 흔히 여행사에 마련되어 있는 패키지 상품을 활용한다. 지정된 장소에 떨궈주면 제한된 시간 내에 그 곳을 돌아보는… 마음이 가면 좀더 머물고, 현지 인들에게 말을 걸고, 더 나아가 같은 여행하는 처지의 사람들과 친구가 되는… 케이프타운까지 함께했던 그의 동지들은 여행이 그에게 준 최고의 선물이었을 것이다. 마치 아주 어린시절부터 함께 자란 것처럼 그들은 서로를 배려했다. 서로 목적지는 달랐으나 과정을 함께 발맞춘 이 경험을 그들 모두는 소중히 간직하고 있을 것이다. 최근 들어 삶을 너무도 가벼이 여기는 이들이 많아졌다. 세상의 아름다움에 눈뜨기 전에 스스로 시들어 버리는 젊은이들에게 이 책이 큰 도전이 되어 주었으면 한다. 비록 직접 떠나지는 못하더라도, 언제가 될진 모르나 떠날 수 있는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우린 이 삶을 지탱해 나가야만 한다.